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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모하는교회
댓글 0건 조회 1,032회 작성일 21-08-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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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영혜
작품명 그 날 하늘에서 가장 빛난 별이 될 친구에게
제작년도 2021-08-23


[제25회 에피포도신인문학상 수필 _ 그 날 하늘에서 가장 빛난 별이 될 친구에게] by 강영혜 



초등학교 때 동네 피아노학원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딸 손가락이 길지 않아 피아노치기에 적합지 않다”고 소곤소곤 말하던 것을 훔쳐 들었다. 여중 2학년 때는 합창반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노래는 타고나야한다”는 음악선생님 말씀에 상처가 생겼다. 


음악은 이렇듯 내게서 점점 한 걸음 씩 멀어져갔다.


다행히 대학 들어가서 기타 잘 치는 친구를 만나 잊히던 음악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강의실대신 뒷동산에 앉아 영어 공부 겸 부르던 팝송, 생맥주집 라이브무대에서 유명가수들도 만나고 음악을 다시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다는 것에는 언제나 거리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면서 두 아이가 성장하여 나간 후 빈 둥지가 되었을 때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피아노레슨은 한 달을 넘기자 선생님이 내게 백기를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후 음악에 손을 떼고 지나다가 10여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지인들과 소외된 곳에 봉사를 하며 크로마하프를 접하게 되었다. 모두 주기적으로 만나 연습하고 정기적으로 양로원이나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을 방문하여 연주를 하고 있다.  여전히 악기 다루는데 재능이 없었던 나는 의무적으로 집 한구석에 먼지 쌓인 악기를 툭툭 털고 가져와 연습을 하니 가장 서투른 연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악기 다루는 것은 늘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역설적으로 낡은 가방을 본 친구는 짐작해서 내 연주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친구는 아예 애창곡을 주며 내가 연주하는 것을 꼭 듣고 싶다고 부탁까지 했다. 


세월은 숨 쉬는 것만큼 빠르게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친구의 요청에 훗날 잊지 않고 그 곡을 연주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친구는 이미 고인이 되어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 후 밤하늘에 걸려 있는 별을 보거나 거리에서 혹은 라디오, tv에서 친구가 부탁했던 노래가 흘러나오면 내 가슴에서 둥둥 북소리가 들렸다.


몇 년 전 지인의 아들 결혼식을 다녀왔다. 신랑의 아버지는 집안형편이 어려워 교육의 기회가 없었다. 특히 영어는 정복할 수 없는 높은 산이었다.  사랑하는 아들의 결혼식에서 외국인 며느리와 사돈에게 직접 영어로 축하하고 싶어 한글로 발음 나는 대로 써서 9개월 동안 연습해서 당일에 당당하게 영어로 읽어 내려갔다.


순간, 세상에 움직이는 모든 사물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곧 용기를 냈다.


마침 근방에 크로마하프로 유명한 음악가 한분이 악보를 만들어주었다. 박자 멜로디 하나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나는 100일 동안 계획을 세우고 연습에 연습을 더했다.  생각해보니 내 친구는 고맙게도 실력 없는 나에게 오랜 동안 연습하지 않고는 연주할 수 없는 곡을 부탁해서 나에게 동기부여를 한 셈이 되었다. 도저히 가망성 없는 나에게 긍정의 기회를 주고  할 수 있다며 격려와 인내로 사사해 주신 선생님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나는 8월의 한 여름 친구가 떠난 3주기 행사에서 그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세상에서 단 한명의 청중을 위해 연주되는 곡이다. 그 날 하늘에서 가장 빛난 별이 될 친구를 생각하니 기다리는 그리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직 서툴 지만 그 날을 위해,


“Don’t forget to remember me.”




***

[그 날 하늘에서 가장 빛난 별이 될 친구에게] 중에서 _ 영상에 들어있는 글


세월은 숨 쉬는 것만큼 빠르게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친구의 요청에 훗날 잊지 않고 그 곡을 연주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친구는 이미 고인이 되어 하늘의 별이 되었다 


순간, 세상에 움직이는 모든 사물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곧 용기를 냈다


그 후 밤하늘에 걸려 있는 별을 보거나 거리에서 

혹은 라디오, tv에서 친구가 부탁했던 노래가 흘러나오면 

내 가슴에서 둥둥 북소리가 들렸다


나는 8월의 한 여름 친구가 떠난 3주기 행사에서 

그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세상에서 단 한명의 청중을 위해 연주되는 곡이다 

그 날 하늘에서 가장 빛난 별이 될 친구를 생각하니 

기다리는 그리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직 서툴 지만 그 날을 위해,


Don’t forget to remembe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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