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거리두기 distanc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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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백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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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 Epipodo Art & Literature |
제작년도 | 2020-09-03 |
[시 poem 詩 _ 거리두기 distancing] by 백승철 어제의 길은 더 이상 오늘의 세상이 아니다 숫자가 점점 줄어들더니 나와 너 사이 그것*) 계절 잊은 거리에 또 하나의 계절이 비에 젖어 길모퉁이에 축 늘어져 눕고 있다 꼬리 무는 긴 한 숨, 벽을 쌓고 뒤로 걸어 멀어지는 틈에 끼어 비둘기 깃털 비틀거리며 한올지다 오늘 아침 거리는 더욱 조용하다 헛기침 소리에 놀란 바람이 흔드는 것일수록 혹시나 의심하는 버릇이 그쯤이다 간 혹 닫힌 상자 열고 발 한 뼘 옮겨 뒤 돌아 나오는 길은 언제나 막혀있다 짙은 어둠이 휘리릭 쏟아져 내리면 붉은 십자가 고개 숙인채로 구불구불진 텅 빈 예배당 안으로 개미 한 마리 배 끝으로 땅을 쓸며 힘겹게 들어가고 있다 거리두기 세상에서 가장 슬픈 문장을 만들며 뒷걸음에 직선 위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 땅을 회복 하소서 시작은 끝이 있다 끝이 없는 시작도 없다 다시 일어나 무너진 거리에서 새로운 노래로 곡조 있는 계절을 기다리는 것은 오늘 세상은 더 이상 내일의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 “나와 너(I-You)”를 인격적인 관계로 “나와 그것(I-It)”은 도구적인 관점으로 일시적이고 기계적인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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