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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포도엽서

February 24, 2022 . 사모하는교회 우체국 Post 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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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Post Office

 

 

기차 길을 끼고 두 블록 동쪽으로 걷다보면 낡은 우체국 하나 있습니다. 모든 동네가 도시화에 접어들었지만 필자가 살고 있는 곳은 유년 시절 한국 시골 동네 모습이 내려앉은 풍경입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듯 가끔 자신의 존재를 긴 호흡으로 쏟아내는 기차 기적소리도 화폭에 그려지는, 무언가 아쉽고 그리워할 것을 채워주는 아름다운 선율로 들립니다.

 

하지만 요즘 한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우정국에서 점차적으로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 우체국을 폐쇄하겠다고 합니다. 필자 집 근처 허름한 우체국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 위태로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우체국 사용을 꺼리고 있다는 것과 일치합니다. 우체국 가는 일이 시간 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요즘 세상은 손바닥 보다 작은 상자 안에 들어있어 나름 호주머니 속에 갇혀 있습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요리합니다. 요리할 뿐만 아니라 각자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치 각자 소견대로 행했던 사사시대처럼 말입니다.

 

전에는 손 편지만 가능했던 소식도 손가락 끝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사람과 사람사이 가슴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은행업무나 페이먼트도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 졌습니다. 점점 우체국 가는 일이 없어진 셈입니다.

 

사라지는 것에는 그리움이 되기도 하고 추억이 되기도 하며 잊히기도 합니다. 필자는 어떻게 하든 그 우체국을 살리기 위해 힘겹지만 우표를 사서 여전히 옛날 방식대로 우편으로 가능하면 모든 일을 처리합니다.

 

우체국 하나 사라지는 것이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정성과 노력이 담겨있는 마음이 무너지는 슬픈 전설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총회기간 중 변의남 목사님을 통해 목사님의 아드님으로부터 직접 손으로 쓴 따뜻한 감사 카드 한 장 받았습니다. 얼마 전 결혼식에 필자가 참석한 것에 대한 고마운 편지였습니다.

 

그 편지는 필자에게만 띄운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 결혼 예식에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띄웠을 그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오랜만에 가슴 찡한 서정시 한 편 비어있던 가슴 구석을 가득 메웁니다.

 

빠른 것이 때로는 유리할 때도 있지만 항시 빠른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상한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사람들은 더욱 조급해집니다. 더 빠른 것에 대한 욕구가 급해집니다. 빠른 것을 통해서는 띄우는 마음과 기다림의 미학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Take your rest in the Lord, waiting quietly for him.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아 기다리라(37:7).”

 

잠잠히 기다리는 것도 손쉬운 일이 아닌데 또 인내하며 기다려야 하나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세월이 있습니다우리가 잊고 지낸 다섯 번째 계절입니다.

 

올 한해도 힘겹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세월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쯤에서 천천히 가는 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