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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포도엽서

January 19, 2022 . 사모하는교회 게리 뮤지엄 Getty Museum | 아이리스 Ir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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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뮤지엄 Getty Museum | 아이리스 Irises, by Vincent Willem van Gogh]


지난겨울 게리 뮤지엄(Getty Museum)을 다녀왔습니다. 마침 모네(Claude Monet),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작품이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모네 작품은 특별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위키백과사전(Wikipedia)에는 고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빈센트 빌럼 반 고흐(네덜란드어: Vincent Willem van Gogh 핀센트 빌럼 판 호흐), 1853년 3월 30일 ~ 1890년 7월 29일)는 네덜란드 화가로 일반적으로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는 그의 작품 전부(900여 점의 그림들과 1100여 점의 습작들)를 정신질환(측두엽 기능장애로 추측됨)을 앓고 자살을 감행하기 전의 단지 10년 동안에 만들어냈다. 그는 생존기간 동안 거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사후에 비로소 알려졌는데, 특히 1901년 3월 17일 (그가 죽은 지 11년 후) 파리에서 71점의 반 고흐의 그림을 전시한 이후 그의 명성은 급속도로 커졌다.”


고흐는 37세로 정신병을 얻어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습니다.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된 고흐의 약력입니다. 고흐가 어떤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이 얼마나 유명한지를 가늠하는 것은 나중일입니다. 


그리고 오늘이라는 안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세월을 필자의 흔적을 더듬어 올라가 한 문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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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뮤지엄에 있던 고흐 작품 중 대표작인 아이리스(Irises)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Irises is one of several paintings of irises by the Dutch artist Vincent van Gogh, and one of a series of paintings he made at the Saint Paul-de-Mausole asylum in Saint-Rémy-de-Provence, France, in the last year before his death in 1890. 


좀 더 부연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고흐가 그린 아이리스 작품은 단 한 작품이 아니라 여러 작품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 게리 뮤지엄에 있는 아이리스입니다. 그 작품은 고흐가 1889년에 자살하기 직전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그린 작품입니다. 참고로 그 아이리스 작품은 198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억 2000만 프랑(약 5390만 달러, 768억 정도)에 거래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이리스 작품 경매 가격을 알고 나서 또 한 번 심장이 떨렸습니다. 필자는 1987년 기준으로 약 5400만 달러 그림을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보고 사진도 가장 근접 거리에서 촬영도 했습니다. 필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렇게 비싼 작품을 눈으로 직접 본 것도 처음 이었습니다. 그것도 대형 그림이 아니라 보통 그림 액자 크기 작품입니다. 


그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작품을 게리 뮤지엄(입장료 무료)에서 너무 손쉽게 보고나니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사실 필자는 그림에 대한 지식이 얇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혹시 모조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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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아이리스 그림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어떻게 세계 역대 그림 경매사상 6위에 이름이 올라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제23회 에피포도신인예술상 미술을 수상한 황지니 화백님 작품 중 <하늘로 뿌리 내리는 나무> 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언뜻 보고 눈에 확 들어오는 강렬한 감정도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아마 고흐 펜클럽이 있다면 필자는 댓글로 몰매를 맞을지 모릅니다. 여튼 작품을 감상한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고의적으로 필자의 생각을 주입시키려는 의도는 결코 없습니다. 


그렇게 유명하고 비싼 그림을 눈으로 보고도 필자가 느끼는 감정의 관념을 버릴 수 없어, 혹시 놓치는 정서가 있을지 몰라, 보고 또 보고 반복해서 보고 다시 현미경 관찰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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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작품에 들어있는 수많은 아이리스 꽃 모양이 모두 다르게 표현되어있었습니다. 하나도 같은 꽃잎이 없었습니다. 아이리스는 보라색 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청색, 노란색, 흰색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보라색 아이리스 숲에 가장 크게 묘사된 흰색 아이리스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고흐가 정신병을 앓는 가운데 그린 작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감상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지나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선에서 흔들리는 정신을 어찌하든 바로 잡아 보려는 고흐의 숨소리가 흔들리는 흰색 아이리스 꽃향기에 담긴 듯 보입니다.


아이리스의 꽃말은 “변덕스러움과 사랑의 메시지, 무지개 여신, 사랑을 다스리는 신”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속히 시드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로마시대에는 향수로도 사용되었습니다. 고흐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피어있는 아이리스 꽃 밑 땅과 가장 가까운 곳에 시든 낙엽 같은 잎들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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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고 있는 아이리스, 


곧 떨어지려는 아이리스, 


조금 더 생명을 연장해 보려는 듯 힘겹게 잎줄기에 붙어 있는 아이리스, 


그 꽃 숲에서 눈에 뛰게 도드라진 흰색 아이리스, 


바람 부는 대로 휘어진 아이리스,


부는 바람의 물결을 거부 하고 허리 굳히지 않고 꽂꽂한 아이리스, 


노란색 꽃들과 주위 풍경 계절을 아우르는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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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는 꽃들과 시들어 가는 꽃과 아예 떨어져 낙엽이 된 슬픈 이야기, 다른 꽃의 사연을 품고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고흐는 갈망했을지 모릅니다.        


작품에는 작가의 메시지와 정신이 담겨있습니다. 


감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그림을 세부적으로 퍼즐 조각처럼 분류해서 다시 부분 부분 맞춰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분리된 퍼즐 조각을 보면 알게 되겠지만 어느 퍼즐 조각 그림은 어둠, 낙엽, 먼지, 시듬, 그림이라고 말하기조차 힘든, 보기 싫거나 나에게 일어나지 않아야 될 이야기가 담겨있는 조각일 수 있습니다.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흉측한 모양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림이 완성되려면 모두 필요한 요소들입니다. 없어서는 안 될 그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조각들입니다. 


유명한 작품에는 유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조각으로 인해, 


그렇다면 세월의 끝으로 몰리기 전에 삶이 작품이 되게 할 이유가 분명해 졌습니다.